2020년 한 해를 뒤덮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 산업과 시장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대안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3년 만에 2만 달러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추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활력을 되찾고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본의 아니게 암호화폐의 가치를 높여준 미국 최고 금융기관 수장부터 기관 투자 행렬의 스타트를 끊은 유명 투자자들까지, 암호화폐 최대 상승장의 주역들을 토큰포스트가 선정해봤다.
제롬 파월_미 연준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 무제한 양적완화로 비트코인 재기 도와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금융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연준은 긴급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기준금리를 1.50~1.70%에서 1.00~1.25%로, 다시 0~0.25%로 떨어뜨렸고,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무한정 사들여 시장에 달러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현금 가치를 하락시킬 수 밖에 없는 연준 정책들로 인해, 거물급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인플레이션 헤징을 위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시장이 코로나 충격을 벗어나 정상 작동될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을 비껴가진 못했지만 자체적인 회복력으로 손실을 만회하며 자산으로 신뢰도를 높였다. 무제한 화폐 발행과 대비되는 총 공급량 제한 특성은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 싹트기 시작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에 설득력을 더했다.
연준 의장은 암호화폐가 내재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수조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재기를 돕게 됐다. 이에 대해 앤서니 폴픔리아노 모건크릭디지털 CEO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을 위한 대형 마케팅 행사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비트코인은 3년 만에 2만 돌파를 경신하고 추가 상승을 이어가며 3만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브라이언 브룩스_OCC 청장 대행 : 암호화폐 산업 위한 파격 행보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최고법률책임자 출신인 브라이언 브룩스는 지난 5월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으로 부임했다. OCC는 2900여 개 은행들은 감독하고 관련 규제를 집행하는 재무부 산하 독립기관이다.
청장 대행은 부임 직후부터 금융 산업 내 암호화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파격 행보에 나섰다.
그는 “미국 은행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올해 7월 모든 국법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을, 9월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의 지급준비금 보유를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기업이 국법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암호화폐 결제 기업 비트페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 블록체인 대출 스타트업 피규어가 해당 신청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기존 은행권 및 일부 의원들은 암호화폐 산업에 과도하게 편중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이언 브룩스는 지난달 5년 임기의 OCC 수장으로 공식 지명됐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인사 청문회, 인준 투표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확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폴 튜더 존스_헤지펀드 투자자 : 비트코인 기관 투자의 시작
미국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는 인플레이션 헤징을 위해 자산 2%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비트코인 기관 투자 흐름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384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튜더 인베스트먼트의 회장이자 최고운용책임자(CIO)이다. 이달 기준 개인자산 58억 달러로, 미국 부호 순위 108위, 세계 320위에 올라있다.
투자자로서 폴 튜더 존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1987년 22.6% 주가 대폭락이 발생했던 ‘블랙먼데이’에 126% 수익률을 올리며 유명세를 얻었다. 일본 주가 지수가 반토막나고, 경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1990년에는 수익률 87.4%를 기록하기도 했다.
폴 튜더 존스는 지난 5월 비트코인 투자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를 지목했다. 그는 “연준이 매년 2%씩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라며 “현금 보유는 결국 소모성 자산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17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해 100% 수익을 올렸고, 이후 꾸준히 가격 및 펀더멘털을 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를 대표하는 헤지펀드 전문가가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면서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이후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멕시코 재벌 리카르도 살리나스 회장 등도 암호화폐 보유 사실을 공개했다.
마이클 세일러_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 : 나스닥 상장사 최초 비트코인 채택
시총 10억 규모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나스닥 상장사 최초로 비트코인을 매량 매입하며 기업 비트코인 투자의 스타트를 끊었다.
인플레이션 헤징 및 수익 극대화를 위해 8월과 9월 비트코인 2만1454개와 1만6796개를 매수하고 이달 2574개, 2만 9646개를 추가 매수했다. 현재 현금 자산을 대부분 비트코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은 총 7만 470개로 미국 정부가 소유한 수량보다 많다. 평균 매수 단가는 1만 5964달러이며 전체 가치는 11억 2500만 달러(약 1조 2476억원)에 달한다.
첫 투자 당시 CEO는 "비트코인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채택된 암호화폐이자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수단"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CEO는 금, 채권, 인덱스 펀드 시장에 있던 약 100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저우 샤오촨_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 : 디지털 위안화의 아버지
저우 샤오촨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최장기 중국 인민은행 총재를 지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법정화폐 개념에 매우 회의적이었던 시기부터 디지털 위안화의 토대를 닦았다.
인민은행은 2013년 국영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꾸렸고, 이듬해 관련 세부 엔지니어링, 설계, 정책 작업에 들어갔다.
샤오촨 전 총재는 2017년 3월 “핀테크 기술이 디지털 결제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디지털화폐,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가진 잠재 위험을 다루면서 핀테크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일찍부터 관련 연구·개발에 들어간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에서 가장 앞서고 있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와 함께 전 세계 국영 디지털화폐 발행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중국은 첨단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미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모바일 결제 시장을 한층 개선해 경제 시장에 새로운 효율성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비자 대면 대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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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카를로스 크리스토퍼_전 CFTC 위원장 : 금융기관장에서 디지털 달러 옹호자로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미국 파생상품 시장을 규제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이끌었다.
임기 동안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 규제 접근방식을 취하며 ‘암호화폐의 대부(Crypto Dad)’라는 별명을 얻었다.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승인했으며 이더리움 선물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신속한 정보 접근성을 제공해 정교한 규제 개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퇴임 후 지안카를로 전 CFTC 위원장은 지난 1월 CBDC 개발을 위한 민간 비영리단체 '디지털달러 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올해 팬데믹 관련 경기부양법 초안에 디지털 달러가 포함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여러 의회 공청회에 전문 증인으로 참석해 디지털 달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 위원장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디지털화폐가 등장하면 달러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으며, 미국이 현재 국제 무역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스 타버트_CFTC 위원장 : 이더리움 상품 승인
히스 타버트는 2019년 7월 CFTC 위원장으로 취임해 오랫동안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해 10월 시총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상품(commodities)’으로 분류해 관련 선물 계약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장은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규제 발전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며, 관련 파생상품뿐 아니라 디파이(Defi·탈중앙금융), 블록체인 기술 등에도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디파이가 금융산업의 탈중개화를 가져올 혁신 개념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줄일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히스 타버트 CFTC 위원장은 내년 초 임기를 마치고 기관을 떠날 예정이다.
케이틀린 롱_아반티 CEO : 와이오밍 주 암호화폐 은행 인가 취득
케이틀린 롱은 모건 스탠리의 연금 부문 수석을 지낸 22년 경력의 월스트리트 베테랑이다. 지난해까지 고향인 와이오밍 주에서 블록체인 TF팀을 이끌며 암호화폐 친화적인 법률 환경을 조성해왔다. 지난해 11월 SPDI의 암호화폐 수탁 규정을 수립하고 암호화폐 은행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해 10월 케이틀린 롱 자신이 만든 규정에 따라, 자신이 설립한 암호화폐 기업 ‘아반티’가 암호화폐 은행 인가를 획득했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1호, 아반티가 2호 암호화폐 은행이다.
댄 슐만_페이팔 CEO : 암호화폐 서비스 출시…대중화 첫 발
전 세계 3억 5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간편결제사업자 페이팔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손쉬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급격한 수요 증가를 촉발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페이팔은 시장에 풀리는 신규 비트코인 공급량의 60% 이상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팔은 먼저 미국 시장에서 암호화폐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내 페이팔 계정 보유자들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비트코인캐시(BCH), 라이트코인(LTC) 총 4종을 거래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중 간편송금서비스인 '벤모(Venmo)' 및 해외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전 세계 2600만 페이팔 가맹점에서 암호화폐 결제도 지원할 예정이다.
CEO는 디지털화폐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자들이 점점 현금을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인 새로운 기술은 더 많은 사람을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시키고 개인의 재무 상황을 더욱 탄탄하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팔 CEO는 "공개된 암호화폐 신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새로운 암호화폐 유형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규제기관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후안 베넷_파일코인 창시자 : 탈중앙 스토리지 기술 구현
파일코인(Filecoin)을 개발한 프로토콜랩스의 창업자 겸 대표다. 2014년 프로토콜랩스를 설립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큐베이터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에 선정되는 등 유망 기술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2017년 8월 10일 파일코인 프로젝트에 착수하며,이를 위한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했다. 당시 한 달 만에 2억57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됐었다. 세콰이어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 유니온스퀘어벤처스 등 글로벌 유력 벤처 투자 회사들이 파일코인 개발을 지원했다.
파일코인은 분산형 파일시스템(IPFS) 기반 네트워크에 인센티브 기능을 더해 만든 스토리지 시스템이다.
IPFS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가 서버로 역할을 하며 콘텐츠를 수신하고 호스팅하는 방식이다. 참여자가 데이터의 일부만 보유하는, 유동적인 파일 저장·공유가 가능하며, 검열, 데이터 유실 우려가 없다. 파일코인은 콘텐츠 데이터를 다른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노드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낸다.
파일코인은 지난 8월 테스트넷 보상 프로그램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을 실시하고, 다음 달 15일 메인넷을 정식 출시했다.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출시 한 달 만에 네트워크 용량 1엑사바이트(exabyte)를 기록, 분산형 스토리지 시스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