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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수혁 협회장 "블록체인이라는 광야로 나아가야 합니다"

    • 토큰포스트 기자
    • |
    • 입력 2020-12-04 17:52

"블록체인이라는 광야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입구에 서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인 상황입니다."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최수혁 협회장은 지난 1일 진행한 토큰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향후 △중국 등 CBDC 확산, △이더리움 2.0, △자산 유동화, △DID, △디파이(DeFi), △이종 메인넷 토큰 간의 탈중앙화 교환거래, △지역 화폐의 다양화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혁 협회장은 연세대학교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AUTHER D. LITTLE Korea 정보통신팀 리더 등을 역임했다. 2018년에는 심버스를 설립해 게임이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주>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심버스 대표를 맡고 있는 최수혁입니다. 와이즈엠 글로벌이라는 블록체인 개발업체의 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게임이론으로 경제학 박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연구위원과 정보통신산업 팀장을 역임했고, 그런 인연으로 ICT 산업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 외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등에서 정보통신팀 리더를 맡았습니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블록체인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 누가 찾아와서 거래소 플랫폼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문의를 했습니다. 제가 인터넷 전화 교환 장비를 만든 적이 있고, 과거 박사과정을 할 때 얻은 ‘블록체인이 과거 기술에 많이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블록체인 기술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또 당시에 메인넷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범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봤고, 앞으로 블록체인이 마주할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속도, 확장성, 범용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설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올해 블록체인 스타트업 협회 2대 회장직을 맡게 되셨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사실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아직까지 정관 변경이 안 되어 있는 실정이고, 정관 변경을 하려면 총회를 해야 하는데, 총회는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정관 및 대표를 변경하려면 회원들의 확인 서명과 위임장 인감 날인 및 인감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러한 작업들이 쉽지 않았고 협회 행정이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협회가 만들어 진지 2년 반 정도 되는데, 전임회장님이 하셨던 시기에 비해 지금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많이 죽었거든요. 그럼에도 최근 좋은 스타트업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서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죠.


Q.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이신지요?

먼저 회원들을 정예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모델이나 로직에 적용하는 스타트업의 많은 탄생을 위해 블록체인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또 서울시 블록체인지원센터와 얘기해서 내년에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 심버스도 멘토링 차원에서 블록체인 적용을 하는 것에 밀착형 지원을 할 것입니다.

사실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것이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요. 전문가들이 도와줄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합니다. 저희 회사는 많은 모델을 만든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로직을 잘 그리게 하고, 특정 분야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조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분 만에 토큰을 만들고, 관리하고, 쉽게 쓸 수 있는 BaaS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이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모델이 내년에는 더욱 확대되리라 생각합니다.


Q. 요즘 블록체인 기술을 비즈니스로 연결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가치의 인터넷, △프라이버시 인터넷, △거버넌스 인터넷입니다.

가치의 인터넷은 토큰, 쿠폰 같은 가치를 만들거나, 어음 같은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 인터넷은 DID 부문으로, 문서증명 같은 것도 포함이 되고요. 개인적인 정보를 빅데이터화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됩니다.

거버넌스 인터넷은 의사결정에 프로토콜을 도입해 자동화하는 부분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조직 운영방식을 프로토콜로 디지털 규정을 해놓으면 블록체인 안에서 그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 결정 같은 것도 자동으로 블록체인을 통해서 가능하고요. 회장은 4표, 이사들은 3표, 부장은 2표, 이런 식으로 다양한 보팅룰이 적용된 의사 결정도 가능합니다. 매칭도 중요한 이슈인데요. 예를 들어 콩팥 같은 장기를 기부할 때 누구에게 먼저 제공할지 등의 다양한 매칭 이슈들을 블록체인 기반 프로토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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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왜 사람들이 이걸 할까?’ 하는 부분입니다. 거래 비용 경제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올리버 윌리엄슨은 ‘미래에는 아마존 같은 것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가장 큰 핵심을 거래 비용으로 봤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에 이런 얘기를 했는데, 여전히 거래 비용 경제학이 적용 가능합니다.

이렇게 블록체인을 통해 정말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아직 많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DID 조금하고 있고, 거버넌스 인터넷은 보팅 부분을 조금 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광야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입구에 서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인 상황입니다.

다만 블록체인에 주어진 해결 과제가 있는데, 속도와 사용자 경험 등입니다. 이렇듯 서비스 확산과 기술 진보가 서로 괴리가 있고, 글로벌화에 역차별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입니다.

앞으로의 토픽은 △중국 등 CBDC 확산, △이더리움 2.0, △자산 유동화, △DID, △디파이(DeFi), △이종 메인넷 토큰 간의 탈중앙화 교환거래, △지역 화폐의 다양화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올해 특금법 통과 등 블록체인 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스타트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특금법의 경우 스타트업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피해갈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포인트 시스템으로 토큰화를 생각하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일 뿐 포인트 시스템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의 포인트 같은 경우에는 거래도 가능한데, 이는 기존 포인트 간 거래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규제 측면에서는 좀 더 정교하게 관련 법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입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스타트업에게 채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열역학 법칙 중에 ‘제약조건이 있으면 최대치는 항상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규제가 생기면 생길수록 결국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Q. 요새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진흥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이런 논의에 있어서 스타트업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전혀 아니죠. 물론 협회가 잘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는데, 정부 스스로도 이게 뭔지 잘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제가 앞서 설명한 내용처럼 각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블록체인을 하는 전문가란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전문가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기껏 토큰 만들고 문서증명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갈 길이 먼데요. 산업진흥법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정부가 자금을 덩치가 큰 기업들이 아닌 스타트업들에게 잘 선정해서 예산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협회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내년에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끼리 모여서 자주 세미나를 가지려고 합니다. 기술과 산업 분야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서 블록체인 프로토콜, 거버넌스, 자산 유동화 등에 관해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Q. 특별히 눈여겨 보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토픽이 있으신가요?

저는 중국 CBDC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CBDC를 다 지갑에 장착하고 들어오면, 우리나라 지급결제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산 유동화 부문인데요. 이건 금융당국이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주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풀리면, 과거 구소련이 무너진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 겁니다. 저는 규제가 언젠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금융권은 향후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전자지갑도 일종의 은행이거든요. 제 지갑에 계정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깐요. 만약 지갑에 자산을 가지고 있고 자산을 타인에게 빌려준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디파이(DeFi)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향의 문제일 뿐,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Q. 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정부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일까요?

규제는 정부가 물막이를 하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할 수 있음에도 규제 때문에 혁신을 못 하는 케이스가 정말 다양하죠. 적어도 이런 것을 좀 더 열어 줄 수 있는 과감한 대통령과 흐름을 잘 아는 정부 관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 민간이 가진 창의성과 적극성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사용해 스타트업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한 스타트업들이 잘 살아날 수 있는 실질적인 형태의 육성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토큰포스트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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