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새로운 상승 전기를 맞이하면서 이더리움에 예치돼있던 비트코인 수량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디크립트에 따르면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Defi·탈중앙금융) 열풍으로 한 때 20억 달러 규모에 달했던 이더리움 예치 비트코인 물량이 가파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경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디파이 보상 축소가 거론된다.
지난 여름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탈중앙 거래소 등은 예치 자금에 대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큰 호황을 맞았다. 스마트컨트랙트에 예치된 비트코인 물량은 지난 6월 제로 수준에서 10월 20억 달러까지 급속도로 증가했다.
비트코인과 1대1로 연동되며 이더리움 환경인 디파이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ERC-20 토큰 '랩트비트코인(WBTC)'은 잠자는 비트코인을 활용하고자 했던 투자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
WBTC는 대다수 디파이 프로젝트에 폭넓게 활용되며, 디파이 시장 지분을 80% 가까이를 차지했다. 지난 6월 1일 4000개(3800만 달러)였던 WBTC 갯수는 지난달 9일 12만4260개(19억 달러)로 늘며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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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더리움에 예치된 비트코인 수량은 지난달 가파른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 현재까지 이더리움에 예치된 비트코인 수량은 15만3591개에서 14만7350개로 감소했다. 10여 일간 1억 2000만 달러 상당인 6421개가 줄어들었다. WBTC 수량은 지난달 9일 4367개 감소하며 11만 9893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급격히 감소한 배경으로 △비트코인 가격 급등 △비트코인 보상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10월초 1만 500달러선에서 2만 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다. 이에 스마트컨트랙트에 비트코인을 예치했던 투자자들은 일반 시장에서의 매각 기회를 잡기 위해 비트코인을 꺼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소 차익이나 암호화폐 파생상품 등 기본 시장을 통해서도 고수익 올릴 기회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디파이 보상은 지난 몇 달간 현저히 줄어들었다.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6월부터 10월 사이 일부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최대 1000%의 연 수익률을 제공했다.
아르투르 샤박 팍스풀 최고제품책임(CPO)는 "지난 9월 많은 투자자들이 이자농사를 위해 유동 비트코인을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이동시킨 상태였고 10월에도 적은 수익이라도 얻기 위해 이자농사에 들어오는 후발주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이 떨어지자 시장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디파이 프로토콜이 시장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토큰을 찍어내는 것 뿐이었다.
또 찰리 흄버스톤 크립토컴패어 제품총괄은 "디파이 시장 호황의 동력은 이자농사 열풍이었다"면서 "유동성 채굴 보상이 줄어들자 디파이 프로토콜 거래 활동이 감소했고, WBTC 같은 토큰화 자산 수요도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바이슨 트레일의 프로토콜 전문가 엘리아스 시몬스는 이더리움에 예치된 비트코인 수량이 감소세에 접어든 이유로 디파이 이자농자 시장 감소를 짚었다.
최근 대표적인 탈중앙 거래소 유니스왑이 최근 유동성 채굴 프로그램을 종료해 WBTC의 이자 수준이 상당히 약화됐다.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리스트도 자체 유니스왑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접었다.
디파이는 버블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개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크게 각광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디파이가 200~300억 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 중심의 제도권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가운데, 디파이 시장이 실제적인 동력을 창출하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