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공직자 선거에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을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16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 소속 사이버보안 연구원들은 최근 논문에서 "정치 선거에 인터넷 및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직접투표, 우편우표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과 비교했을 때, 정치 선거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당분간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연구진은 "블록체인 시스템이 투표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킹을 통한 선거 조작 등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 시스템이 공격을 받으면 수백만 표가 조작·제거될 수 있다"면서 "위변조를 위해 물리적 접근이 필요한 일반 투표보다 취약성 크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상의 데이터는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익명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선거 접전 상황에서는 오히려 감사 기능이 불충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논문 주요 저자인 로널드 리베스트 MIT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커녕 마을 잔치에서 젤리빈을 세는 데 활용할 만한 블록체인 시스템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이 파악하기 어려운, 대규모 선거 실패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거래의 경우, 문제가 발생 시 결제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 등 관리 기관이 피해자 손실을 보상할 수 있지만, 민주적 절차인 선거가 실패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교수는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표율이 증가하더라도, 정확한 집계 여부에 대한 신뢰는 낮아질 수 있다"면서 "특정 소프트웨어가 유권자의 선택을 올바르게 기록했는지 여부를 통해 민주주의를 결정지을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 도입 적기일까? 시기상조일까?
최근 많은 국가들이 기존 투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가 개헌 투표에, 미국은 애리조나 공화당 전당대회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사용했다.
지난 미 대선이 개표 지연 문제를 겪는 가운데,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와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존 투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대로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월 다른 MIT 연구팀도 블록체인 시스템이 가진 무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공직 선거에서의 사용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 유명 언론인인 세르게이 골루비츠키는 최근 칼럼에서 "러시아 선거에 사용된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은 정부 서버에서 운영된 것으로 진정한 탈중앙 네트워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치인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부정선거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