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OKEx의 출금 정지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OKEx가 암호화폐 지갑 관리 방법을 '다중서명' 방식이 아닌 중국 공안에 구속된 OKEx 창업자 쉬밍싱의 '단일서명'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중국 현지 매체인 금색재경(金色财经)은 OKEx 관계자를 인용, OKEx의 비트코인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지갑)이 단일서명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해당 지갑의 열쇠는 구속된 쉬밍싱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트코인 지갑은 다중서명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중서명이란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고, 메시지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특수 전자서명 방식이다. 자금 출금에 키를 나눠 갖고 있는 여러 사람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산이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 반면에 단일 서명은 키를 한 명이 보유하기 때문에 관리는 용이하지만 키 보유자가 해킹을 당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고객 자산이 보관되는 암호화폐 지갑을 다중서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 거래소인 OKEx가 거액의 비트코인이 예치된 콜드월렛을 쉬밍싱 한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앞서 OKEx는 16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당일 오후 12시부터 암호화폐 인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프라이빗키 담당자가 중국 공안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권한을 넘겨받을 수 없어 모든 출금이 막힌 상태라고 밝혔다. 현지 미디어 차이신에 따르면 쉬밍싱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 경찰에 의해 납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이용자들은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재빨리 자산 매도에 나섰다. 특히 OKEx의 거래소 코인인 OKB의 하락폭이 컸다. 개당 6달러 대에 거래되던 OKB는 소식이 전해진 후 4달러까지 30% 넘게 급락했다.
반복되는 피해…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은?
만일 거래소가 법규를 위반했다면 벌금이나 제도 상의 처벌로 끝나겠지만, 관계자가 공안에 의해 예고없이 장기간 끌려갔다는 점은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업계는 쉬밍싱 창업자가 거래소 운영에서의 법 위반을 넘어 다른 심각한 문제에 연루된 것은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공안의 기약없는 수사가 현재 2주 넘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가 끝나는 시점까지 고객 자산의 출금은 요원한 상태다. 또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OKEx가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OKEx 투자자들은 거래소 공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별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OKEx 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젝트 측에 따르면, OKEx는 10월 안으로 출금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급격히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대형 거래소의 자산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중앙화된 거래소의 신뢰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도 지난 2018년 해킹으로 58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유출된 바 있다. 다잇 코인체크는 자산의 일정량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고, 핫월렛에 다중서명 방식을 적용하지 않아 큰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큰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은 거래소 규모에 대한 막연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표 마이닝풀 BTC.TOP의 장줘얼 CEO는 SNS를 통해 “(이번 사건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각 거래소는 프라이빗키를 어떻게 관리할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펑(刘峰)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교 블록체인기술 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사태는 향후 대형 중앙화 거래소의 자산 안전 및 금융 리스크 관련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거래 기관의 안전한 자산관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