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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현 과기정통부 PM "블록체인은 데이터 인프라 기술, 디지털 뉴딜 역할 찾아야"…2부

    • 토큰포스트 기자
    • |
    • 입력 2020-10-19 15:42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이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보고 가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종현 PM은 지난 22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토큰포스트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PM은 아직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킬러앱'과 함께 원천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10년 후를 바라보고 기술에 과감히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종현 PM은 서울대(학·석사)와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SDS, 언스트&영(EY), IBM에서 근무했다. 이후 국민은행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과기정통부·IITP PM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과 미래를 고민하는 김 PM을 통해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Q. 국내에서는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많은 듯 보입니다. 너무 특정 분야에 치중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진 분들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DID야말로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해야 활성화 될 수 있어요. 마침 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가 폐지되면서 새로운 인증 제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인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DID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아졌죠.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여기저기에 막 써보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된 게 없다보니 '블록체인이 잘 못하는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거든요.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가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다른 분야로의 진입도 수월해지는 거구요.


Q. 그럼 블록체인 산업의 전반적인 방향은 누가 설정해야 될까요? 정부가 나서서 이끌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산업이 좌충우돌하면서 길을 찾아가야 하나요?

그 부분은 민관이 같이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민자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벤쳐캐피탈, 실리콘밸리는 돈이 많잖아요. 정부가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죠. 반면에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도 없고, ICO도 전면금지된 상황에서 R&D에 예산을 투입할 정부 역할이 필요하거든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블록체인 전담 부서들도 수익이 없어 위태로운 상황이에요. 또 우리나라는 고속성장을 원하잖아요. 다른 나라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걸어온 기간을 지금까지 빨리 따라잡았으니, 블록체인 분야도 따라잡으려고 하면 민관이 같이 움직이는 게 맞죠.

아울러, DID 같은 기술은 서로 통용이 돼야 하거든요. 통용되지 않으면 서비스 별로 앱을 따로 깔아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요. 상호운용될 수 있는 기술은 정부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게 효율적이죠. 민간 스스로 상호운영하려다 보면 주도권 싸움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기술 발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용자 불편은 가중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이 추진하고, 중개하고 조정하는 일을 통해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정부 역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최근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과제’가 최근 공인중개사들의 큰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데요. 이게 단순히 정책이냐, 기술 연구냐의 문제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나가야 할까요?

먼저,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는 검토된 적이 없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이슈가 담고 있는 의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탈중앙화라고 하면 '정부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럼 탈중앙화가 정부를 부정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도 중개인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정부의 새로운 역할이 생기고, 블록체인 시스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더 필요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도 블록체인의 신뢰를 바탕으로 종이 문서를 최소화하고, 위조문서로 인한 피해가 오히려 줄어들게 되고, 중개인의 새로운 역할이 생기게 됩니다.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을 때 정부를 필요하다고 해서 세웠잖아요. 국민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대다수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모으고 조정하는 정부라는 단일 거버넌스가 필요했던 거죠. 그런 측면에서 민주화 사회에서도 정부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하나의 사회라고 볼 수 있죠. 구성원 중에는 나쁜 의도를 가진 참여자가 있을 거잖아요. 그런 참여자를 모니터링 해야 하고, 나쁜 행위를 못하도록 질서를 잡아줘야 하죠. 탈중앙화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남아있는 거예요.

그럼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거래 당사자들이 무조건 직접 연결될 수 있을까요? 부동산에 대한 경험이 적은 매수자들에게 컨설팅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겠죠. 우리가 어떤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연결됐다고 당장 거래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해당 물건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물어볼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중개인이 역할을 찾고 효율성을 높여 더 많은 새로운 영역이 생길 수 있을 거예요. 결국 새로운 탈중앙화 문화에서 역할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중앙화된 사회에 살아왔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바뀔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거든요. 이런 부분을 잘 이끌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고,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염두해야 할까요?

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인프라 기술로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디지털 뉴딜, 특히 데이터댐을 1조원을 쏟아 부어 만들고 있잖아요. 그런데 수력발전소는 만들어지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죠. 하지만 데이터댐은 만든다고 데이터가 저절로 활용되지 않거든요. 데이터는 소유자가 누군가에게 줘야 해요. 데이터는 모여있는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거나 개인정보보호에 위반되어 활용이 어려우면 소용이 없다고 볼 수 있죠.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이 데이터 공유 인프라로 활용되면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개인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를 얻기가 어렵죠.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 제공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주고 포괄적 동의를 얻거나, 사전설정된 조건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넣어 두고, 사용될 때마다 자동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죠. 또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이 일일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구요.

이러한 데이터 제공과 활용을 위해서는 암호화폐가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투기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착한’ 암호화폐가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분위기 전환도 필요합니다. 즉, 혁신적인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암호화폐에 기회를 열어주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암호화폐는 규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서 보상수단이 될 수 있고, 나아가서 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이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본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기목적이 아닌 건전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에서 CBDC 효과를 연구하는 노력은 가치가 있습니다. 현금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을 데이터 공유와 같은 측면에서 바라보고 디지털 뉴딜에서 블록체인의 역할을 찾고 밀접하게 연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투명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에 따른 우려를 해소할 수 있죠. 나아가 데이터 자기주권 강화를 통한 민주화와 같은 부분은 요즘 사회 트렌드와도 부합하구요. 다시 말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로 자기주권을 강화하고, 데이터 공유를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한다고 하면, 블록체인은 연결된 컴퓨터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길을 만들어주는 인프라 기술인 거죠. 그런 점에서 인터넷 다음으로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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