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금융 시장,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금융 산업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혁 교수는 국내에 블록체인 기술이 채 알려지기 전,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금융 분야와 접목돼 큰 파급력을 가져오게 되리라 예상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을 역임하는 등 20년 넘게 핀테크 분야에 몸담아온 그는 이후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게 된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 보안과 블록체인을 강의하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분과위원,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KODIA) 사업추진단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정혁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Q. 올해 국내에서 특금법 개정안 통과를 비롯해 암호화폐 과세 등 주요 이슈들이 있었는데, 특히 특금법과 관련해 업계에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금법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최근 급부상한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의 거래에서 제도나 법률, 관리감독 주체가 없어 참여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이를 구제할 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은 시기가 늦고 빠르고의 문제를 넘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적 측면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는 블록체인 산업과 암호화폐에 대한 부작용을 없애면서 새로운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기능을 살리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국내 상황보다는 해외 상황을 많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이랑 이더리움은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현재 법정화폐를 보완하고,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는 가치 있는 자산으로 보고 법적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제도권 내 거래소에서 상품을 만들어 거래하고 있고요. 암호화폐, 디지털자산은 국경 없는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에 국한되는 규제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해외의 흐름과 트렌드를 읽고 보조를 맞추는 게 가장 좋은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정책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흐름을 놓칠 수가 있거든요.
Q. 지난달 열린 특구 1주년 컨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전문가 지적이 나왔던 것 같아요. 특구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규제와 정책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특히 특구사업이 국내 대기업 위주로 편성돼 향후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어요.
제가 블록체인 특구 산업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부산 특구 산업을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대부분 컨셉션(Conception·구상)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요. 사용자들이 바라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서비스의 신뢰를 좀 더 높이고, 보완하고, 저렴하게 만드는 건데, 지금 부산 특구 사업처럼 몸집이 큰 사업들만 하다 보면 속도가 느리고 효과가 안 나올 수 있어요.
또 큰 컨셉션 위주로 사업을 하다 보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들어갈 자리가 많지 않아요. 그런데 기존 SI 업체라든지 대형 IT기업 위주로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고 하면 실패한 확률이 없겠지만 성공할 확률도 없어요. 적어도 절반 이상은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사업을 빠르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지 진정한 의미의 특구라고 볼 수 있죠. 그래야 해외 블록체인 기업들도 참여해 특구 산업이 시너지가 날 수 있고요. 지금처럼 특구 사업을 평가하고 선정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특구 사업이 아니라 일반 인프라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우려됩니다.
Q. 넓게 보면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에서 한국은 해외 주요 선진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요. 눈여겨 볼만한 글로벌 주요 동향은 뭐가 있을까요? 해당 동향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뭐가 있을까요?
최근 가장 큰 글로벌 동향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죠. 최근 민간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가지고 새로운 인프라나 시스템, 서비스를 혁신시키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에 반해, 이제는 국가와 정부가 주도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폐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큰 동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정부가 디지털화폐라는 카드를 꺼내는 이유는 두 가지거든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지급결제 트렌드와 함께, 무엇보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러한 자산의 거래 규모나 건수가 많아지고, 거래규모가 늘어나고, 국경 없이 이뤄지다 보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이라든지 지급결제 흐름, 새로운 전자금융에 대한 조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정부 주도로 디지털화폐를 만들면 장점이 많거든요. 화폐 발행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하고, 매년 화폐를 교환해주는 시스템도 바뀌고. 다만 디지털화폐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CBDC가 기존 블록체인의 익명성과 탈중앙화 개념을 제거해 중앙화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통제수단이 될 수 있는 거죠. 반면에 현금이 가진 장점도 생각보다 많거든요. 스마트기기를 안 써도 되고, 사용 추적도 안 되고요. 디지털화폐가 이러한 현금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하는데,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발된다면 우려할만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는데요. 코로나 19가 블록체인 분야를 비롯한 미래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재의 비대면 문화에 지속해서 적응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구조나 생활패턴이 많이 바뀌고, 기업 시스템도 바뀌고 있는데 최대한 방역을 유지하면서 온택트 근무와 스마트홈 스타일을 개선하는 노력들이 필요한 거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보안인데요. 기존 업무와 금융 서비스, 문화생활, 경제생활 등 일상의 모든 활동이 점차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분명 크고 작은 보안 사고들이 곳곳에서 일어날 거라 예상해요.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화상회의 등 고객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증에 대한 부분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고요.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상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가장 적합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기존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설계는 블록체인만의 사업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다 함께 일해야 하는 그런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ODIA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서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모델로 발전하는 것이 저희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사업추진단이고, 저는 사업추진단장으로 회원사들이 개별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잘 융합해 산업별, 지역별, 국가별로 해당 모델이 잘 적용될 수 있게 기획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은 디지털 융합시대이기 때문에 디지털 혁신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장점을 모아 곳곳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또한, 앞으로 김광현 KODIA 의장과 회원사 대표들과 협력해 글로벌 핀테크, 블록체인 특구 사업, 디지털자산 거래소, 크립토뱅크(Crypto Bank)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가면서 디지털화폐 연구, 실증, 시범 사업 등을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