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금융 시장,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금융 산업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혁 교수는 국내에 블록체인 기술이 채 알려지기 전,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금융 분야와 접목돼 큰 파급력을 가져오게 되리라 예상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을 역임하는 등 20년 넘게 핀테크 분야에 몸담아온 그는 이후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게 된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 보안과 블록체인을 강의하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분과위원,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KODIA) 사업추진단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정혁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강의하고 있는 김정혁입니다.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KODIA)에서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사업 추진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인 하이브랩에서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부산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금융업계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오셨는데, 블록체인 분야에는 어떤 계기로 뛰어들게 되셨습니까?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초기 금융권에서 일할 당시에는 금융IT 시스템이 중앙집중형이고 폐쇄적이어서 고객과 직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나라에 전자금융인프라와 공동망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이 직접 창구에 가지 않고도 신속하고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계기가 마련됐죠. 이후 스마트폰이 나오고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모바일카드, 온라인 보험 등 스마트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또 한 번의 금융 변화를 맞이했고요. 그러다 최근에는 IT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금융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핀테크 바람이 불게 됐습니다.
핀테크 시대로 넘어오면서 고객들은 기존 금융기관이 제공했던 서비스보다 IT 인터넷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편하고 저렴하고,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일반인, 대학생들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조그만 수익 투자를 재테크에 활용할 수 있고. 그전까지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중개료, 똑같은 수수료에 익숙해 있다가 이런 새로운 서비스와의 경쟁이 펼쳐지다 보니 위기감이 들게 된 거죠. 금융당국이 금융 규제개혁을 시작하면서 핀테크와 금융업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고, 이런 시점에서 블록체인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제가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한국은행에 있을 때였습니다. 비트코인이 2009년에 처음 거래가 됐지만 저는 2013년, 국내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처음 생겼을 때 비트코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당시 선불 전자화폐, 모바일 카드, 다양한 형태의 지불결제 수단이 많이 있었는데요. '민간에서 발행되고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는, 누군가 관리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 그런 화폐가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하는 호기심에서 연구하게 된 거죠.
그동안 금융의 역사는 중앙화된 중개기관을 거치면서 과다한 비용이 존재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이었어요. 아무리 핀테크라 하더라도 결국 기존 전자 금융공동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시스템이나 인프라 자체가 바뀌진 않았던 거죠. 그런데 블록체인이 나오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기술이 새로운 금융 시장,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국경을 없애고, 불필요한 과정과 수수료도 제거해 금융 산업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나와서 핀테크 기업과 블록체인 기업 등에서 일을 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홍보하기 위해 국내 블록체인협회에서도 일했습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혁신 기업들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라는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사업추진단을 꾸려 협회 이사 겸 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Q. 현재 한국디지털혁신얼라이언스(KODIA)의 이사를 맡고 계시는데요. KODIA는 어떤 단체인가요? 다른 단체와의 차별점은 뭐가 있습니까?
KODIA는 실제 비즈니스 실무자들과 기업 대표, 새로운 디지털에 대한 핵심 모델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기존 협회에서 추구하는 특정 조직의 이익과 목적을 위한 방식이 아니라, 회원 서로가 의사 결정권과 사업 기회, 수익에 대한 공정한 분배, 투명한 회계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논의해 설립됐습니다. 아무래도 시작은 부산 블록체인 특구와 관련해서 회원사들이 모이다 보니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가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IT기술이나 다양한 모델이 많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디지털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협회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Q. 지난달 KODIA가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1주년을 맞아 컨퍼런스를 개최하셨는데요. 그동안의 특구 사업 방향과 진행 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지난해 7월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로 최종 결정이 됐을 때 많이 반겼습니다. 부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블록체인 특구사업을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부산이 가진 스마트시티, 관광 자원, 항만, 교통, 인구 등의 환경 요소에 블록체인과 금융이 접목되면 제가 생각했던 핀테크 블록체인이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로 디지털 산업화돼 확산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1년을 지켜보고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지금의 부산 특구는 진정한 의미의 특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특구는 말 그대로 특별구역이어야 되는데, 이러한 특별 구역에서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규제와 제약이 많다 보니 기대가 낮아졌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 2년, 3년, 4년, 계속 특구 사업이 진행될 텐데, 특구 사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해야겠죠. 또 지금 진행되는 특구 사업들 외에도 해야 하는 사업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KODIA 창립과 부산 특구 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초에 컨퍼런스를 열게 됐습니다. 블록체인 특구가 초기 동력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불쏘시개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요. 다음 컨퍼런스는 부산에서 부산 기업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