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암호화폐(가상자산) 사업자의 금융당국 신고와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특금법 시행령 토론회에서 '특금법 시행령의 개정 방안: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서 이종구 위원장은 특금법 시행령의 주요 쟁점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실명확인계좌 발급 △트래블룰(Travel Rule)과 관련해 협회 차원에서 암호화폐 업계의 의견을 개진했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반드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며,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야 하고,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VASP의 FIU 신고에 대해 이 위원장은 "가상자산 사업 유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신고하려면 무리가 있다"면서 "발생 가능한 자금세탁 위험의 수준을 고려해 신고대상 범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SMS 인증 획득과 관련해서는 "ISMS는 본래 고객의 자산 보호 및 피해 예방에 목적이 있다"면서 "고객 자산을 예치·수탁하는 VASP에 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신고수리 요건 중 하나인 실명확인계정 발급과 관련해서는 계정을 발급할 수 있는 주체와 발급 기준에 대한 구체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중 실명확인계정을 발급받은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 뿐이다. 중소 거래소는 이른바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특금법이 시행되면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는 합법적인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실명확인계정 개설주체를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 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설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라면 충분하고, 반드시 은행법상 은행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명확인계정 개설은 신고 불수리 및 직권말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법의 취지에 맞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발급 기준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트래블룰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국제적인 표준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국내에 한정한 메시징 표준 마련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래블룰은 송금인이 일정 금액 이상을 송금할 경우, 송금인과 수취인에 관한 정보를 VASP가 파악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업계는 암호화폐 특성상 트래블룰의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제표준 마련 시점까지 시행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보가 어려울 경우에는 가상자산 특성상 수취인 정보의 검증이 불가능한 사정을 고려해 송금인이 제공한 수취인 정보의 보관의무에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