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에스토니아 당국이 은행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보유 기업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형 자금세탁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에스토니아 당국은 암호화폐 기업 500여 곳의 운영 허가를 취소했다.
에스토니아는 유럽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며 암호화폐 산업을 지원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2017년 말 유럽 최초로 암호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선스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가 대형 자금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자금세탁에 취약한 은행시스템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당국은 금융 범죄 방지를 위한 엄격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단스케은행 에스토니아 지부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러시아 관련 불법 자금 2000억 유로 상당을 세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유럽 자금세탁 스캔들 중 가장 큰 규모로, 에스토니아 국내총생산(GDP)을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당국은 허가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에스토니아 내 영업을 시작하지 못한 암호화폐 기업 500여 곳에 대해 운영 자격을 박탈했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허가 기업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에스토니아 금융정보분석원(FIU) 수장인 마디스 리만드는 "시장을 정돈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라며 "가장 시급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에스토니아의 감독과 규제 아래 있는 기업들의 운영만 허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에스토니아는 암호화폐 기업에 라이선스를 너무 쉽게 부여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2018년 이후 라이선스 발행이 급격히 늘어나자, 의회가 인허가 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에스토니아 금융정보분석원은 앞으로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 경영진이 해외에 거주하는 기업 등이 자격을 상실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정보분석원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수사한 56개 기업 중 34곳이 암호화폐 기업"이라며 "업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범죄 위험성도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