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부처가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률 초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신 '통제 가능한 암호화폐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의회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들은 여전히 다른 경로로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며 "해당 법안으로 인해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 관련 사업도 해외로 빠져나가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새로운 법안은 다른 접근법을 취해 통제 가능한 암호화폐 시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 하원 의회 국가두마에는 암호화폐 규제 방침을 다룬 법률 초안 두 건이 상정된 상태다. 법률 초안에는 규제 당국의 승인 없이 개인 또는 기업이 임의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거나 법정화폐로 암호화폐를 구입할 경우 형사 처벌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암호화폐 업계는 러시아가 자국 내 암호화폐 전면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하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관련해 러시아 금융시장위원장은 해당 법안의 초점이 암호화폐 전면 금지가 아닌 법적 보호 장치 마련에 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아나톨리 악사코프 하원 금융시장위원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새 법률안의 목적은 암호화폐 거래를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지 전면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법적 보호 장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유자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해당 보유 자산이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 외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이러한 설명에도 현지 업계는 해당 법안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법 당국이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를 감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르키스 다비냔 현지 IT 전문 변호사는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세금 납부 목적으로 신고한 정보를 국가 법 집행 기관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러시아에서는 정신나간 사람만이 암호화폐 계좌 상태를 지속적으로 당국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법률 초안에는 암호화폐 사용을 반대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업계는 "법률 초안이 당국 승인을 통해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사업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