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본인인증에 활용됐던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이후 펼쳐질 본인인증 시장 선점을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2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공인인증서가 즉시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인인증서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를 없애 다양한 본인인증 수단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발급절차가 까다롭고,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PC와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사용하려면 복잡한 이동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인인증서의 효력을 유지하려면 매년마다 갱신해야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5년 공인인증서의 의무사용을 폐지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공인인증서 사용비중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2018년에 직접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정부가 공인인증서의 의무사용을 폐지했음에도 사용 비중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공인인증서가 가지고 있는 독점적 지위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이 공인인증서를 제외한 다른 인증수단을 쓰다가 오류가 발생하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령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관들은 그동안 공인인증서와 관련,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 보안 사고가 있어도 공인인증서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 개념이 삭제되고, 공인·사설 인증서를 모두 전자서명으로 통합하게 된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빈자리 누가 차지할까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되면, 공인인증서가 다른 인증 수단과 함께 경쟁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다만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시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이후 공인인증서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될 전망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전자서명 서비스로는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와 '카카오페이 인증' 등이 시장에 나와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만든 본인인증 앱 패스는 3사가 보유한 이동통신 사용자를 바탕으로 활용을 넓혀가고 있다. 출시 9개월 만에 발급건수 1천만 건을 돌파했다.
패스는 앱 실행 후 6자리 핀(PIN) 번호 또는 생체인증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인증서의 유효기간은 3년으로 기존 공인인증서(1년) 대비 길어 갱신에 따른 불편함도 감소시켰다.
패스의 활용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다음달에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가 추가될 예정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지난해 ICT 규제샌드박스 통과로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사용자들은 패스 앱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QR코드를 보여주면 간편하게 신원확인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동으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간편하게 인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공인인증서와 같은 공개키 기반구조(PKI) 전자서명 기술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지난 2017년 6월 시작된 서비스는 이달 초 이용자 수 1천만 명을 돌파했고, 도입 기관 수가 100곳을 넘어서는 등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 신원인증(DID) 서비스의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민간 분야에서 DID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회원사를 유치하고 연합을 구성하는 등 외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대표 DID 연합체로는 △이동통신 3사를 주축으로 하는 '이니셜 연합', △라온시큐어의 옴니원을 활용하는 'DID 얼라이언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를 활용하는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코인플러그의 마이키핀을 활용하는 '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등이 있다.
DID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시장의 성장도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억 7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블록체인 신원인증 시장은 연평균 79.2% 성장해 2026년에는 114억 6,000만 달러(약 14조 7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