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코로나19 이후 은행의 디지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29일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은행산업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코로나19 이후 은행 산업이 새로운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제로는 △디지털화 촉진, △초저금리 장기화, △해외영업 위축, △부실여신 증가 우려 등을 꼽았다.
먼저, 보고서는 대면거래 수요가 기조적으로 축소돼 오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은행으로의 변신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들이 대면거래를 기피하는 현상이 동력이 돼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의 비중을 더 늘릴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의 디지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분산형 신원인증(DID)이 표준화 문제를 해결하고, 호환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인증 인프라가 확대돼 은행들이 DID 시스템에 참여할 유인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도 현금이용 감소와 온라인 매출 증가 등에 대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추진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전 세계 주요국의 디지털화폐 발행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시중은행 지점이 폐쇄되고, ATM 기기 사용이 제한되면서 현금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됐고, 반면에 온라인 소비와 비대면·비접촉 결제는 늘면서 디지털화폐 발행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현금 이용 감소, 주요국의 CBDC 발행 동향 등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1년 말까지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은은 CBDC 설계 및 요건을 정의하고, 구현기술을 검토한 후,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을 마치고,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은행 산업에 어떤 변화 가져올까
이밖에도 보고서는 당분간 정책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면서 초저금리 정책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00~0.25%까지 내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도 같은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0.75%로 낮췄다.
보고서는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상당해져야 가능할 전망"이라며 "미 연준의 인상에 7년여가 소요되고, 코로나19 재창궐 우려를 감안할 경우 수요견인 인플레 압력이 형성되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달러 강세화는 국내 은행들이 주로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약세를 유도해 해외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형과 재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줄여 금융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기간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당국이 은행 건전성 규제를 일시 완화하고, 저신용등급 기업 등에게 대출을 확대한 정책도 부실여신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위기 종료 후 당국이 재차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일부 은행은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경기민감도가 높은 은행산업의 특성상 2020년 2~4분기 수익 둔화가 예상된다"며 "국내 은행 산업은 코로나 확산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건전성 악화 등 누적되는 리스크 관리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