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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시대에 블록체이니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검은구월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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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4 09:16
    • |
    • 수정 2020-01-14 09:16

블록체인이 세간의 화두가 된 지도 수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블록체인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존재다. 대다수 사람들은 복잡한 주소와 공개키, 개인키와 같은 생소한 용어에 한 번 놀라고,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다시는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나마 편하게 느껴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코인을 넣어뒀더니 거래소가 해킹당했다는 뉴스가 보인다. 그렇다고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자니 이 또한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주소를 잘못 적은 코인 전송을 취소할 수도 없고, 블록체인이 다르면 코인을 주고받을 수도 없다.

이러한 불편함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다른 서비스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비밀번호 복구나 전송 오류 해결은 이미 오래전에 해결된 문제다. 지금은 웹 브라우저를 켜고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동 로그인이 되고, 스마트폰 생채인식 센서를 통해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다. 소셜 로그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신규 가입을 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하면 내가 관심 있을 만한 글들만 추려서 모아져 있고, 온라인 마켓에 들어가면 내게 필요할 법한 상품들이 추천 상품에 진열되어 있다. 이처럼 편리한 것들을 두고 우리는 왜 블록체인을 연구할까?

◆ 초연결 시대의 편리함, 공짜가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 FAANG으로 대변되는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테크 대기업들은 우리 개인정보를 아주 활발하게 수집하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고도의 기술로 분석돼 맞춤 광고와 같은 수익모델의 효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된다. 페이스북은 우리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한 명당 연간 20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항간에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당신이 자신을 아는 것보다 구글이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처럼, 구글은 우리 활동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 일상은 테크 기업들의 서비스와 연동돼 부지불식간에 방대한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어딘가에 보내고 있다. 덤으로 가끔씩 이들 기업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개인정보가 인터넷 방방곡곡에 뿌려진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주민번호는 공공재라는 말까지 나올까?

초연결과 초집중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정보는 보다 빠르고 많이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 기업 서비스와 연동된 각종 기기들은 점차 생활 깊숙이, 그리고 신체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는 컴퓨터라는 존재와 분리돼 있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컴퓨터가 비치된 책상 앞에 앉아 본체 전원과 모니터를 켜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부팅이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문이나 얼굴을 들이대고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터치해주면 끝이다. 전자기기는 점점 더 작아져서 웨어러블이라는 이름으로 손목에, 귀에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같이 미래에는 우리 뇌 속에까지 들어올 것이다.

◆ 연결될수록 보안 위험 커진다

이렇게 우리가 '초연결'될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어느 누가 자기 머리 속에 이식된 칩이 해킹당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할까? 지금 당장만 해도 스마트폰이 해킹에 노출됐다고 하면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연결성과 보안은 이율배반적 관계에 있어서 하나를 높이고자 하면 다른 하나가 희생된다. 집 와이파이에 비밀번호를 걸지 않으면 연결성은 더 좋아지지만 보안은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현재 테크 대기업들은 연결과 보안 중 어느 곳에 무게중심을 두려고 할까? 아마도 더 돈이 되는 연결성을 중요시하지 않을까?

2009년 모두가 초연결로 가던 와중에 갑자기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지금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는 범주로 묶여 있지만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초연결과 초집중을 추구하는 다른 기술들과 정반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철저하게 연결 대신 분리를, 집중 대신 분권을 추구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것이 '각자'의 것이다. 계정도 각자의 소유이고 보상도 각자의 몫이며 문제가 발생해도 각자의 책임이다. 현재 주류 기술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은 굉장히 구식이고 불편한 기술일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은 잘 분권화됐고 보안도 괜찮은 편이지만 지금의 분산컴퓨팅 기술과 비교했을 때 딱히 더 내세울 것이 없는 기술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블록체인, 기술보다 내재된 함의 주목해야

그러나 블록체인의 의미는 단순한 분권화 기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온전한 의미와 진정한 영향력은 사회의 패러다임이 중앙 집중에서 분권으로 전환되어갈 때 드러난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정부, 기업과 같은 제3자들에게 우리의 것을 맡겨왔다. 금융자산은 은행이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개인 신원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평범하지만 당연하지는 않는 것들에 대해 되짚어보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수록 블록체인은 하나의 기술로서가 아닌 패러다임 전환의 도구로 재평가될 것이다.

이미 유명해진 비트코인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투자와 수익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주인이 아닌 분권화된 화폐의 의미와 그것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DID(Decentralized Identity·분권화된 신원)도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닮아갈지 고민하기 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을 규정하는 신원에 대한 의미와 이것을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게중심을 블록체인 '기술'에서 조금씩 '블록체이니즘(Blockchainism)'으로 옮겨가야 한다.

디지털 트렌드 예측의 대가 조지 길더는 '구글의 종말'에서 현재 중앙화된 인터넷의 보안 허점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다음 시대에는 블록체인을 필두로 하는 크립토코즘(cryptocosm·암호라는 crypto와 우주라는 cosmos의 합성어)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시대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 함께 바뀌어 가야만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창조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당장의 편리함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내 정보와 자산의 주인이 되고자 하고, 블록체인 투자만을 생각하기보다는 블록체인을 통한 사회 변화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생각과 행동이 모일수록 우리 사회는 블록체인에서 블록체이니즘으로 도약하는 힘을 응축할 것이다.

출처 :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0/01/27538/[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검은구월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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